코로나로 올해가 시작한 때 쯤 부터 봄 여름 할 것 없이 집에만 있었다. 살고 있는 곳이 청정지역이던 때에도 건강염려증이 대단한 나는 남들과 달리 마스크며 손소독, 덜어먹기 등을 열심히해서 유난이란 소리를 들었다. 여름휴가라고 물구경할 것도 없이 가을을 맞이했는데 신랑이 회사에서 받았다며 호텔숙박권을 선물로 줬다. 다시금 퍼진 코로나사태와 퇴직으로 내집과 근처에 살고있는 엄마집만 왔다갔다 하는 내가 안쓰러웠지는 동생과 엄마랑 같이 다녀오라고 했다. 감염이 겁나서 망설이고 있는데 말열체크와 소독이 철저하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호텔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그랬다. 숙박객이 돌아다니는 동선동선마다 열체크기계도 있으며 매일매일 소독하니까 안심을 하라고 했다. 조금은 안심이되었고 나역시 마스크를 철저히 끼고 손소독을 열심히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여동생과의 여행은 자주 있었어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은 결혼 후가 처음이었다. 엄마와 단 둘이 가본적은 아직없고 동생과 셋이서 여기저기를 가본게 이번이 네번째 쯤 된다. 대부분 민박집이었다. 한번은 엄마는 엄마의 친구집에, 동생과나는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 나눠서 잔적도 있었다. 엄마는 근처에 많이 와봤지만 경주에 와서 호텔에서 자보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아빠는 신랑과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호텔숙박권을 가족에게 안겨준 적이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빠는 그 호텔이 하나도 안 좋다고 생각해서 신청을 안했다고 했다. 참 자기 이익을 못챙기는 사람이라 이럴때는 서운해 진다. 다음날 아침, 엄마는 호텔체질이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코를 심하게 골아서 엄마보다 먼저 잠들지 않으면 곤란했었는데, 그날 엄마는 코골지 않았다. 호텔베개를 사줄까 하는 내 질문에 아이고 됐네~하며 웃는 엄마가 어쩐지 조금 슬펐다. 엄마는 진짜로 호텔체질이지도 몰랐다. 나는 호텔 침구를 엄청 좋아하지만 어째됐든 아침이 되면 잘못 잔 듯 목이 뻐근했다. 호텔에서는 아무리 온도를 맞춰도 나랑은 온도가 안 맞았다. 춥거나 덥거나 너무 건조했다. 나는 호텔체질이 아니었다.
목요일 저녁에 저녁을 먹으러 한 번, 금요일에 야식으로 먹을 맥도날드에 들리기 위해서 한 번. 그렇게 두번 말고는 호텔 밖을 나오지 않았다. 조식을 먹으러 갈 때와 수영장에 갔을 때 말고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를 도우려는 건지 여행 내도록 밖에는 비가 내렸다. 비가 그렇게 오는데 다들 어딜 나간건지, 사람이 많을꺼라 걱정했는데 확인 차 전화를 해보니 아무도 없다고 해서 수영장으로 갔다. 혹시기회가 된다면 물에 들어가보고 싶어서 챙겨온 수영복이 빛을 발했다. 작년에는 꾸준히 수영을 배웠는데 대상포진과 코로나가 연달아 터지면서 수영장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는데, 너무 반가웠다. 9월에 무슨 수영을 하냐며, 코로나는 어쩔거냐고 말씀하시던 엄마도 수영복을 두벌 가져와서 이게 나은지 저게 나은지 물었다. 수영장엔 안전요원이 4명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실외 수영장에서 부슬부슬내리는 비를 맞으며 놀았다. 따뜻하 자쿠지도 있어서 셋이 도란도란 앉아있으니 언젠가 가족여행으로 갔었던 일본의 노천온천이 떠올랐다. 두시간쯤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을 오가며 물놀이를 하고 나니 실내 수영장에 한명이 들어왔다. 방에 들어와서 따뜻한 욕조에 몸을 좀 담궜다가 개운하게 나와서 그대로 꿀 같은 낮잠을 잤다. 여행에 가면 여기도 저기도 왔다갔다하는게 내 여행방식이었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방안에 있으니 새롭고도 안락했다. 배고파질 때쯤 일어나서 호텔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진정한 호캉스였다.
금요일 아침에 먹었던 조식이 너무 좋았다. 뷔페를 원래부터 워낙 좋아하는 나는 신이나서 바쁘게 돌아다녔다. 사실은 뻔한 메뉴들인데도 주먹밥이며 소세지며 샌드위치, 볶음밥, 계란후라이, 샐러드를 종류대로 다 먹어야 아쉽지가 않다. 한시간 반 정도를 쉬엄쉬엄 먹고나니 엄마는 세상에 세상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과일이 달다고 이것도 먹어봐라 저것도 먹어봐라 했다. 다먹고 일어날 때 쯤 애주가인 동생이 치즈가 진짜 맛있었다며 와인이랑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 때는 오전 10시였다. 다음 날 조식 자리를 안내받으며 혹시 와인을 주문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 되물으셨다. ‘아...침부터,, 와인...을 한잔...하시게요?’ 선생님 반응에 너무 민망해서 주문은 못 했지만 원하시면 얼마든지 제공이 된다고 하니 혹시라도 치즈에 와인을 좋아한다면, 또 이후 일정이 없다면 한번 드셔보시길. 조식의 메뉴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쉬웠다. 전 날 한식을 못먹었기에 동생이 맛있었다고 추천한 낙지젓을 먹고싶었는데 창란젓으로 바뀌어있어서 더 아쉬웠지만 전날 없던 크로와상이 등장해서 좋아하는 크로와상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를 하면 그날을 하루종일 배도 빵빵하고 기분도 좋다. 밖에는 비가 많이 내렸어도 기분은 계속 좋았다.
그러고 보니 식당입구에 수영장 입구에복도에 엘르베이트입구에 여기저기 동선속에 비대면 열체크기가 있었다. 어쩌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요즘에 동선이 공개되는게 일순간인데, N번감염자가 호텔에서 놀고먹고했었다고 동네방네 알려질까봐 더욱더 감염에 주의했다. 나부터가 동선이 공개되면 직장과 집만 반복되는 안쓰러웠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화가났는데 화의 대상이 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열체크기가 더욱 반가웠고 매번 체크를 하고 손 소독약을 꾸준히 사용했다. 집에만 있기 힘들다고 여기저기 밖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알고 있다. 얼마전엔 한강변의 잔디밭까지 갈아 엎었다는 기사도 읽었다.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소독등을 철저히 하면 어떨까? 내가 걸릴까 무서워하는 것처럼 방역을 열심히 해서 다른이들도 지켜주면서 조심하면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텐데. 잠시 즐겨본 외출과 그안에서의 자유로움이 집에만 박혀있던 내게 숨쉴 구멍을 만들어줬다. 많은 사람들이 더 긴 자유를 위해 서로 더욱 조심했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로와상+샐러드+연어+블랙올리브+모짜렐라치즈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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