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을의 자기개발 lee_eeul :D

일단 써보는 오늘의 생각

만화책을 읽으면 독서습관에 도움이 될까?

리_을 2020. 12. 24. 16:49

만화책은 독서습관, 공부습관에 도움이 될까?

나와 책을 이야기하면서 만화책을 빼놓을 수 없어서 만화책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공부는 못해도 돼, 책을 읽어야 돼. 책을 많이 읽으면 멍청한 사람은 안되니까 뭐든지 많이 읽어라."

아버지의 교육관으로 집에는 책이 항상 많았고 집 앞 도서관에도 자주 갔다. 

아버지는 '만화도 책이다!'  내용만 좋으면 나쁜 게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만화로 읽는 한국의 역사' 나 '머리가 똑똑해지는 만화'같은 만화책도 마다하지 않고 사주셨다. 

 

그렇게 만화책에 눈을 떴고 집 앞의 만화책 방을 등록했다. 

친구들은 집에서 만화책을 읽으면 혼이 났는데 우리 집은 환영이었다. 뭐든 펴고 읽으며 앉아있으면 만사 오케이 었나 보다. 순정만화 학원만화 가리지 않고 봤다. 하루 한 권 200원 하는 걸 매일 5권 1000원씩 빌려서 봤다.

 

용돈을 받으면서 월간 발행물을 샀다. 밍크, 파티, 이슈 같은 월간 물을 사모았다. 책상 책꽂이에 두꺼운 만화책이 가득 차고 나서야 엄마는 만화책을 좀 줄이라고 했다. 

 

꿈이 만화를 따라가기도 했다. 매일 만화책을 보다 보니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가진 소녀가 주인공인 만화를 보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다. 

 

고등학생부터 모으던 만화책 컬렉션은 친구에게 빌려주고 학교에 들고 가고 하면서 잃어버리기도 하고 늘기도 했다가 정리도 하면서 어느새 침대 밑 서랍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다. 어엿한 30대 중반이 되어서 이제는 자주 읽지 않지만 여전히 나의 소중한 부분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아버지의 독서교육은 성공한 걸까?

 

일단 뭐라도 읽는 버릇을 들이는데 성공이다. 나는 버스를 타거나 기차, 비행기를 타거나 할 일이 생기면 핸드폰보다는 책을 읽고 싶어 한다. 장시간 비행이라면 가벼운 책 한 권 정도는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3남매는 일단 다행스럽게 책을 읽는데 익숙하다. 

 

전래동화부터 즐겨읽던 나와 여동생과 달리 막내인 남동생은 조금 고생을 한 타입이다. 초등학생 때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엄마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신문에 나오는 초등학생 권장도서는 무조건 사다가 엄마도 꼭 같이 읽었다고 하며 그때가 엄마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라고도 했다. 다행히 그런 녀석도 나의 컬렉션 중 '반항하지마', '20세기 소년', '데스노트', '원피스', '가정교사 리본' 같은 만화책으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책을 읽는 버릇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는 싫어하지만 재미있게 본 소설이나 에세이가 있어서 사다 주면 곧 재밌게 읽었다는 피드백을 안겨준다. 군대에 있을 때는 책을 좀 보내달라는 편지도 받았다.

 

 

고3이 되도록 공부를 지지리도 안한 녀석이어서 뭐가 되려나 했는데 다행히 지 앞가림은 해서 진학도 취업도 척척했다. 어찌 되었든 빗나가지 않고 머리다 텅텅 비지는 않았다는 말이겠지? 아버지의 독서신념의 성공일까?

동생의 경우는 확실한 성공이다. 공부를 안 하려는 녀석도 필요하면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니까. 

 

하지만 내친구와 신랑의 경우도 있다. 

 

내 친구의 아버지는 엄한 선생님이셨다.  '만화책은 죄악이다'라는 신념 아래, 그림이 들어간 만화책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만화책은 커녕 웹툰도 보면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냥, 소설만 읽는다고 했다. 그녀는 책을 더 빨리 읽고 더 많이 본다. 그녀는 딱히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모범적인 학생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반전이었다. '공부는 그렇게 안 좋아하면서 책은 잘 읽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많이 읽는 거야?' 하고 어느 날 물었더니 '그냥, 재미있는 거는 읽으면 술술 읽히잖아.' 한다. 선생님인 아버지 때문에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있어야 됐는데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고 했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뭐라도 들여다보고 앉아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재밌다고 소문난 소설책들만 읽었다고 말하며 재미없는 건 잘 못 읽는다고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만화책이 없어도 독서습관 들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 뭐든 펴고 앉아 있는 버릇이 중요하단 얘기일까?

 

우리 신랑의 경우는 또 새롭다. 

만화책을 읽어도 스포츠 만화만 좋아한다. 대사가 없어서 좋다고 했다. 그림만 보면 된다고. 그게 너무 웃겨서 대사 많은 데스노트 같은건 안 봤냐고 물어봤더니 '영화로 나왔더라 영화로 봤지~' 한다. 미디어에 더 익숙한 유형이다. 책보다는 영화, 영화보다는 내용을 간추린 유튜브, 짧은 영상이 더 익숙하고 편한 타입. 하지만 본인이 필요할 때는 슈르륵! 다 읽어버린다. 읽는 게 싫으니까 빨리 읽어버리는데 방법이라는데, 어차피 책 한 권의 모든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슈르륵! 훑고는 필요한 게 있으면 필요한 부분만 다시 읽는다. 문학을 즐기지 못하는 타입. 하지만 책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책을 싫어해도 책을 읽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 한 것이다. 많은 문학은 그의 말대로 영상화 되었으니 필요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여전히 만화책을 좋아한다. 신혼집 구석구석에도 만화책이 쌓여 있으니까. 

공부를 싫어하는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저 바닥의 기원은 아버지의 독서교육 덕분 아닐까?

요즘 들어 생각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단순히 아버지, 당신이 만화책을 엄청 좋아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도 본인의 책장과 별도로 만화책 컬렉션이 있으니 말이다.

 

 


책 읽기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우리 아버지의 방법, 만화책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웹툰이어도 좋지만 휴대폰이나 스마트 기기로 보는 것보다 책으로 된 인쇄물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휴대폰이나 컴퓨터, TV 가 아닌 것을 보고 있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방금찍은 내 신혼집의 만화책 여기저기

만화책이 일부는 엄마집에 일부는 우리집에 있다. 여기저기서 갑자기 보고싶을때 가져다가 보는 편
책상위에 놓인 만화책들, 선물받은 것도 있다. 

 

책꽂이의 만화삼국지
특히 삼국지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헷갈려서 항상 2권에서 포기했었는데 그림덕분에 인물을 구분하며 읽고있는 중이다. 
어려운 경제이야기도 만화로 읽으면 쉽게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