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고 관심이 넓은 사람이다.
온갖 것을 알고 싶고 작은 것을 알아도 티를 내고 싶다.
그래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 다 담으려고 메뉴를 구성했는데 뭔가 어수선하기만 하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청소를 하다가 기타 커버에 곰팡이가 피려는 것을 보았다. 5년 전에 사서 세달 배우고 짱박아 둔 기타였다. 2년 전쯤 한 번 꺼내 연습도 잠깐 했다.
언젠간 여유로워지면 다시 기타를 쳐야지 했다. 좋은 음악을 들을 때도 ‘아 이 곡 기타악보 찾아봐야겠다. 나중에 쳐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꺼내보지 않았다. 옷장정리를 하면서 마주하고 한번 튕겨볼까 커버를 벗겨냈다. 디리링~. 조율이 엉망이다. 오랫만에 한 곡 뽑아볼까? 자세를 잡았지만 조율하는 법을 잊었다. 이제 전문가를 찾아가거나 동생의 친구를 부르기 전에는 멀쩡한 소리를 낼 수 없는 기타가 되었다. 기타치는 내 모습, 매력적이었을 텐데(내 눈에). 아쉬워하며 기타 커버를 다시 덮다가 잠시 멍해졌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이런 잡동 만물박사가 되어서 뭐하나. 제대로 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데ㅡ,싶은 기분. 내게 지금 중요한 게 뭘까 내가 해야 되는 게 뭘까? 무엇이 나를 발전시킬까?내가 진짜 진짜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언젠가 텔레비전에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나와서 인생을 바꾼 책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인생이 끝난 것 같을 때 좋지 않은 선택을 하기 전 지인의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보았다고. ‘나는 지금 못할 일이 없다.’라는 제목에 이끌러 책을 한 권 다 읽고 책에서 시키는 대로 모든 고민을 종이 한 장에 적고 다시 읽어보며 사소한 건 지워나가고 중요한 고민을 해결할 방안들을 손으로 적어 내려가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고.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걸 적어두고 지워가면서 결국 남을 것이 무엇인지. 기타배우기와 사진 찍기 같은 건 분명히 지워질 운명이다. 종이를 펴고 써내려 간 건 아니지만 아마도 남게 될 건 아래의 세 가지 일 것 같다.
첫 번째는 돈을 잘 벌고 싶다.
두 번째는 건강하고 싶어.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이 세가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세가지로 간추리고 보니까 반성이 된다. 세가지중 무엇 하나를 위해 죽어라 노력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어중이 떠중이 바람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돈을 잘 벌고 싶다. 만인의 소망이겠지. 어떻게 잘 벌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나는 주식과 글로 돈을 벌고 싶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글로 돈을 벌고 싶어 한지는 오래되었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래된 만큼 내가 노력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대답은 부끄럽다. 정기적으로 글을 써본 적도 없고 글을 잘 쓰려고 고뇌한 적도 없다. 마음만 가졌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다짐을 다져본다.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올려야지. 시간을 내서 필사를 해야지. 주식이란 대안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찾게 된 방법이다. 더 이상 나를 채용하지 않는 회사들에 입사하는 것을 대신해 찾은 대안이다. 지금은 겨우 한 달에 4~50만 원 정도의 수익이다. 그래도 수익을 주니 감사한 마음이다. 더욱 공부하고 노력해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건강. 지난해, 지지난해 스트레스와 불면, 대상포진 등을 겪으며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더 실감했다. 운동은 나와 다른 길에 있다며 어려워하며 노력하지 않았다. 운동하지 않는 삶이 나를 연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든 것 같아서 달라지기로 마음먹었다.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달리기 30분에도 골반의 인대가 늘어날 만큼 내 몸은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있다. 속수무책이다. 몸에 근육이 없어서라며 지금은 준비운동만 하는 정도지만 조금 사람 같은 몸과 근력이 만들어지면 필라테스도 배우고 싶다. 반대일까 몸을 준비시키기 위해서 필라테스를 배워야 될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건 어쩌면 지워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대부터 꾸준히 바라왔던 거라 기타처럼 고이 접기가 어렵다. 접히지 않는 꿈같은 것. 언젠간 만화를 그려야지. 같은 꿈. 이것도 역시 꿈을 위해 노력을 했느냐? 꾸준히 연습을 하거나 그림을 그렸느냐? 그림을 핑계로 아이패드 프로까지 샀지만 전혀. 변명거리도 없고 핑곗거리도 없다. 그냥 단순히 내가 나태하고 게을렀던 것. 10년 뒤에도 똑같은 마음으로 후회하기 싫다면 뭐라고 뭐라도 시작해야 된다는 마음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까?뻔하다. 그리면 된다. 아무리 못 그려도 꾸준히만 그리면 10년 뒤에는 볼만해질 텐데. 그리자!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부터 한 장 그리자.
이렇게 추려내어 선택을 하고 집중을 한다면 다가오는 2021년에는 좀 달라질까? 어지럽게 이것저것 욕심내던 지금까지의 30년과는 좀 다를 수 있을까? 오늘의 다짐처럼 꾸준히 블로그에 올릴 테니 누군가 들어와서 검사해 주시라. 매의 눈으로 호랑이 선생님처럼 다그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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