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은 먼저 못하는 MBTI가 있다고 한다.
참 쉽고 간편한 핑계거리다.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데 16가지 유형으로 이런저런 행동의 이유를 찾는다.
나는 MBTI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내가 먼저 선뜻 연락을 못하는 이유가 그에 달렸다니 어쩐지 조금 고마워진다.
머릿속에서 몇번이고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 연락을 먼저 했는데 언니가 그랬다.
‘너 무슨 힘든일 있어?’
전화기너머 언니가 느끼기에도 그럴만한 것이 있었을까? 하던 차에 언니는 말을 이었다.
‘너 안 좋은 일있을 때만 나한테 전화하잖아.‘
뜨끔했다.
왜냐면 그랬던 것 같으니까.
그런건지 아닌건지 잘 몰랐으니까
어쩐지 그 뒤로는 언니에게 전화를 못했다.
못하겠더라.
언니에게 연락하고 싶어지면 어디선가 제동이 걸렸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지금 나도 모르게 안좋은 일이 있어서 언니에게 전화하고 싶어하는걸까?
언니를 혹시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걸까?
그걸 나는 둔해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언니는 알아챘던걸까?
내게서 전화를 받는 언니는 어땠을까?
나로부터의 전화가 반갑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전화기에 번호만 남은채 연락을 못하게 되었다.
어쩐일인지 언니로부터의 연락도 없었으니 아마 내가 생각한대로 나의 연락이 반갑기만 하진 않았을 것 같다.
어느날 효리의 민박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다.
민박집 숙박객인 어떤 사람이 장애가 있는 동생이 즐거운 일이 있으면 큰언니에게 말하고 슬픈일이 생기면 자기에게 말한다고 서운하다는 투로 말했다.
언니가 떠올랐다.
효리언니가 그랬다.
즐거움은 누나랑 나누고 싶고 너에게는 기대고 싶은가보다 든든한가보다.
언니도 효리의민박을 봤을까? 나를 떠올렸을까?
의지가 되는 존재
누군가는 그게 달갑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언니에게 연락을 못한다.
가끔 언니가 생각이 나면 마음속으로 편지를 쓴다.
언니 잘지내? 오랫만에 연락하지? 나는 요즘에 잘지내. 안좋은 일 없어. 그냥 언니가 떠올랐어. 연락을 하고 싶었어.
그러곤 나도 모르는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다른 생각으로 빠지면서 편지는 어느새 끝이난다.
1월부터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글을 잘쓰던 언니가 더 생각이 난다.
언니한테 하고싶은 말도 많아지고 언니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지면서
언니 생각이 많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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