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던 걸 또 보는 사람 나야 나, 근데 나,, 변했을까?
한번 봤던 것들은 다시는 안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봤던 걸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는 사람이 있다.
내가 바로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금발이 너무해, 헝거게임, 나홀로 집에, 페어런츠 트랩, 아이언 맨, 의뢰인 등 소수의 영화를 몇번이나 적어도 스무번 정도는 봤을 것이다.
드라마로는 풀하우스와 심야식당, CSI 라스베거스 전 시즌을 십수번도 더 봤다.
언젠가 트위터에서 읽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정보에 쓰일 에너지가 고갈된 오덕은 덕질하기 위해서 새로운 정보입력이 필요한 새 컨텐츠보다 에너지 소모가 덜한 이미 파놓은 컨텐츠만 거듭 소비한다는 것이었다.
딱 나를 두고 하는 소리다.
어제 새벽까지는 .
어제 새벽에 조금 일찍일어나서 시간이 생겼고 어두운 방안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책장에서 책을 꺼내왔더니 손에 들린 건 ‘살인자들의 섬’ 이란 소설 책이었다.
고3 시험기간 때쯤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험공부고 뭐고 잠도 못자고 이틀밤을 꼴딱 새워 읽은 기억인 난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으로 아는 동생의 책 나눔 목록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내 손으로 들어온 책이었다.
새벽에 다시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독서를 하면서의 흥미로움이 처음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반전이 중요한 책이었기 때문일까?
이런 기시감을 또 언제 느껴봤더라.
몇해전 도서관에서 ‘벚꽃이 피는 계절엔 그대를 그리워 하네’ 하는 소설을 빌려서 다시 읽었을 때였다.
20대 초반에 책 표지에 홀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아주 반가운 마음이 들어 대출했던 책이 다시 읽었을때는 그 전의 즐거움을 반감시켰다.
책에서는 보고 또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가 없는 걸까?
영상물과 출판물이어서 다른 걸까?
어제 ’살인자들의 섬‘을 다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데 그 전보다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1. 내가 변했다.
그와 같은 컨텐츠를 더이상 즐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고 (여전히 추리물을 좋아하지만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사람은 얼마든지 변하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님 내게 반복 소비할 에너지가 고갈 된 걸까나?
아니 영상물은 여전히 반복소비하고 싶다.
영화를 볼시간이 생긴다면 나는 어김없이 금발이 너무해를 선택할 것이다.
그럼
2. 출판물은 반복소비로 즐기기 어려운 것이다.
출판물을 반복소비하는게 뭐가 있을까? 만화책이 있구나.
소장하는 만화책이 100권이상인데, 출판물은 어렵다는 말이 성립이 안된다.
3. 반전이 중요했던 추리소설이기 때문일까?
어차피 결론을 알고 보는거는 영화든 소설이든 똑같을 텐데 무엇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 걸까?
물론 하루만에 답은 내지 못했다.
다만 앞으로 책을 읽고나서 독후감에 줄거리를 상세히 쓰기로 했다.
다시 한번 독서기록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것이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진다면 독서기록을 살펴보며 왜 읽고 싶어지는지 한번쯤 더 생각 해볼만 한 것 같다.
그리고 독서감상문? 독후감? 독서기록을 남길 때 문학과 비문학용으로 나누어서 기록해 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두 갈래는 애초에 읽는 목적도 다시 읽으려는 목적도 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1월 3일 책을 읽다 어쩐지 어울리는 표현을 발견하여 같이 기록해 두고 싶어서 후첨 한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158쪽에서
너무 늦게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일 때도 있다. 음식은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
영화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부풀어오른 기대를 낡은 영화는 채워주지 못했다.
음식중에서는 식어도 맛있는 것이 있고 따뜻 할 때 먹어야 맛있는 것이 있다.
그들이 다른 것처럼 반복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닌것이 있는데 내가 구별없이 즐기려 했던 것은 아닐까?
차게 식은 음식이 예전에 먹었던 따뜻함은 더해 줄 수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