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선한 남자의 남녀 차별 : 맨 박스
남녀 차별, 남녀 평등, 여성인권신장 등은 요즘 아주 대두되는 이슈이다. 그와 관련해서 읽어본 책이다.
남녀 차별과 평등에 대해서 여성이 쓴 책들은 자주 보았으나 남자가 쓴 책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책에서도 나왔지만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특권이 불합리하다고 말하기는 아주 어렵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할 지 아주 궁금했었다.
맨박스 책은 남성 스스로가 갖는 편견과 자신도 모르게 습득하는 편협한 남성중심의 사고에 대해서 얘기한다. 사회에서의 지위나 신체적인 차이로 인해서 생기는 우월주의가 아니라 사회화 과정에서 습관화 되는 남녀차별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폭력등을 말한다. 사회화 과정에서 ‘남자는 이래야 해’하는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을 맨박스라고 칭했다. 처음 맨박스의 개념에 대해서 들었을 때는 의아했지만 수많은 예시와 사례로 이해하기 쉬워졌다. 한국으로 치면 어린 남자아이에게 곧잘 하는 말로 예를 들 수 있다. 이를테면 남자는 울면 안돼, 태어나서 세번말 울어야 돼, 부엌에 들어가면 안돼, 남자애들이 놀다보면 치고박고 그럴 수 있지, 아빠가 없으면 네가 집의가장이다 같은 말. 책을 읽어보니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만여한 이야기였다. 일차원적으로 아빠가 없으면 어린 아들이 집의 가장이라는 말은 엄마나 나이많은 여자형제의 무능력을 뜻함과 동시에 그들을 기켜야되는 보호대상, 즉 소유물로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악의적인 의도 하나도 없이 세대의 세대를 거치며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선한 남자의 폭력’ 이라고 일컫는다. 착한 남자들은 폭력을 행사한적 없다고 펄쩍 뛰겠지만 누군가 폭력을 행하는 걸 자신도 모르게 묵인해 주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여자를 어떤 남자의 소유물로 여기게 되면서 말이다. 책에느 재밌는 실험도 종종 언급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커플이 싸우다가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혼자있는 여자에게 노숙자인 남자가 와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묻자, 노숙자의 폭력에는 직접 나서서 행동을 저지한다는 남자들이 커플의 경우라면 상황을 지켜 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폭력을 상황에 따라 묵인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되었다.
이 대목을 읽었을때 고등학생때 길에서 본 관경이 떠올랐다. 한 여자가 길에서 한 남자에게 매를 걷어 차이고 있었다.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는데 아무도 돕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애써 모른척 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듯이 멀리 떠내 않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맞고 있어요. 경찰관의 질문은 ‘ 그 둘이 부부인가요? 어떤일인가요?’ 너무 무섭고 놀래서 나는 무슨사인지는 모르겠는데 여자가 길바닥에 널부러져있는데 남자가 계속 발로 차고 있으니 와서 제지를 해야 될거같아요. 수분 후에 경찰차가 한대 왔고 관람객을 뚫고 들어가서 여자와 남자를 차에 태워 데려갔다. 당시에는 너무 놀라 손발이 벌벌 떨렸다. 부부면 저렇게 싸워도 되는 것인가? 부부가 아니어야 저 여자는 도움 받을 수 있었을까? 나말고도 신고를 한사람이 있겠지, 신고를 안하고 말리지도 않은 사람들은 남의 가정사에 괜히 끼면 안되겠다 생각 한거겠지? 그 때 그 사건은 가정문제가 아니라 폭력사건인데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사건이 떠올랐고 모른체 하던 사람들의 심리를 알게 된 것이다.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고통받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이런 식의 폭력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은연중의 차별에 대햇도 이야기 한다. 전등을 고쳐야 할때 자동차를 고쳐야 할 때 관련지식이 있는 여성의 의견보다 지식이 없더라도 남성의의견을 더욱 존중한다는 이야기였다. 친절하게 구현되면 전등이나 전자제품이 고장날 때 솔선수범하며 고치는 거겠지만 대부분은 ‘여자가 뭘 알아’ 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도입해서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방식이 착하디 착한 남자의 이면에도 있기 때문에 사회에 만연하며 직장에서 같은 직급에서도 남성이 진급이 쉬우며 여성이 커피를 타는 일이 생기게 된다는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남자와 여자를 구분짓게 되고 또래집단이 형성되는 5세쯤 어린시절부터 쌓인다고 한다. 그 시절 부터 교육을 하면 좋으나 아이가 자라는 데는 엄마와 아빠가 붙어있는 시간보다 또래집단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바로잡기 어렵다고 한다. 대신 책은 그로인해 야기되는 폭력과 차별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안타깝게도 여성이 소리를 쳐도 남성들은 영향을 받지 않으니 이 책을 읽은 남자들이 깨닫고 남자의 시선으로 폭력이나 차별을 행하는 사람에게 말해야 한다고 한다. 가정폭력을 저지른 남자에게 ‘여자가 말을 안들으면 매를들어서라도 알려줘야지’ 가 아니라 ‘자기 와이프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랑 같은 동네인게 부끄럽네요’ 같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남자의 시선에서도 자기가 잘못을 한 것이라고 느끼면 교정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년간 떠오르는 이슈인 여성인권 신장운동과 그에 잇따르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에 대해서 떠올랐다. 역시 서로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언제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나부터 이 책을 주변의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추천해 주고싶다. 모두들 조금씩만 이해하고 양보하고 노력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라도 내 블로그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토니 포터의 맨박스를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